석탄 태워놓고 청정에너지?...수소입찰제도 '헌법소원' 청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1 11:30:02
  • -
  • +
  • 인쇄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가 국민 환경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사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기후·환경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 제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취지로 마련됐는데 실상 석탄발전을 '청정'으로 포장해 보호하고, 소비자의 요금으로 15년간 지원하는 구조라는게 헌법소원 청구의 이유로 들었다.

CHPS는 수소나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에 대해 한국전력이 전력을 장기적으로 구매하도록 한 정부 주도의 입찰제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석탄을 80%, 암모니아를 20% 사용하는 혼소발전도 청정수소 발전으로 분류되면서 지난해 첫 입찰에서 혼소발전이 유일한 낙찰자가 됐다는 것.

낙찰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대해 한전은 15년간 고정가로 구매해주는 계약을 체결했고, 2025년 입찰도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해 조기 폐쇄돼야 할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탈석탄 시나리오나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기후단체들은 주장했다.

헌법소원을 대리한 기후솔루션 신유정 변호사는 "'청정수소발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15년간 전력공급·구매를 보장하는 입찰을 실시했고,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이 발전비용은 전기요금 중 기후환경요금으로 회수된다"며 "석탄발전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에 국민의 전기요금이 쓰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제도는 우선 헌법 제35조가 보장하는 환경권 침해"라며 "탄소중립기본법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2050년 탄소중립,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전력부문의 석탄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청정수소 발전을 가장한 석탄발전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며 "이는 전기소비자의 재산권을 정당성 없이 침해하는 정책이기도 하다는 것이 청구인들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혼소 입찰이 진행됐거나 진행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온 충남환경운동연합 조순형 탈석탄팀장은 "충남지역에서 암모니아 혼소가 시행될 경우, 미연소 암모니아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이 기존보다 85%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이는 석탄화력발전기 4기를 새로 짓는 것과 같은 대기오염 효과로, 지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이충현 기후에너지팀장도 "수도권 유일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인천 영흥도는 폐쇄를 기다려온 주민들의 오랜 투쟁의 현장"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4호기를 암모니아 혼소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해, 오히려 석탄발전의 수명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석탄 80%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청정수소 발전으로 분류돼 정부가 전력을 구매하겠다는 것은 주민의 기대를 배신하고 기후위기 대응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암모니아 혼소는 석탄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서아론 국장은 "암모니아가 20%만 섞인 석탄 혼소 발전을 청정수소로 인정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이라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의 본질을 훼손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전력을 전기판매자가 의무 구매하고, 그 비용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되는 구조는 소비자의 요금 부담 정당성과 투명성 측면에 심각한 문제"라며 "소비자의 알 권리와 공정한 요금 부담 원칙을 지키며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이자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인 성원기 교수는 사전 전달한 입장문을 통해 "CHPS 혜택을 받으며 석탄을 80%나 사용하는 삼척 그린파워 석탄발전소에서 시행하려는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기후위기 대응 효과가 미미함에도 전력구매 보장을 받는 구조"라며 "암모니아는 해외에서 생산·운송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비용이 발생하고, 국내 석탄발전소에 저장시설 및 설비 개조 비용까지 반영돼 전기요금 상승과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혼소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암모니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초미세먼지 등의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사업 자체의 폐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여 단체들은 헌법소원 청구와 함께,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에서 석탄-암모니아 혼소를 청정수소로 인정하는 기준을 즉각 폐기할 것, 전기요금에 청정하지 않은 석탄 혼소 발전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전면 개정할 것,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탈석탄 로드맵과 수소 정책을 재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피자도 받고 소외청소년에 기부도...22일 '업비트 피자데이'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가 오는 22일 비트코인 피자데이를 맞아 '2025 업비트 피자데이'를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비트코인 피자데이'는

현대百, 크리스마스 트리로 보라매공원에 '도심숲' 조성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트리 연출에 사용됐던 전나무를 활용해 도심숲 조성에 나선다.현대백화점은 오는 22일 서울 보라매공원에 도심숲 '더

경기도, 카페 50곳에 텀블러세척기 구입비 90% 지원

경기도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도내 민간 카페 50곳에 텀블러세척기 구입비를 지원하는 '텀블러세척기 구입 지원사업'을 시작한다고 21일 밝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ESG경영 이끄는 세가지 축

지난 5년간 ESG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기업 경영의 구조적 전환을 유도해왔다. 그 흐름을 이끈 세 가지 동인(driver)은 기술, 공시, 금융이다. 이 중 기술과

자연복원 참여기업 ESG실적 인정...첫 민관협력 사업 진행

기업이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자연환경 복원사업에 참여하면 ESG 경영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시범사업이 민관협력으로 진행된다.환경부는 민간기업인

환경부 'ESG 전문인력' 교육과정 참가자 모집

환경부가 ESG 전문인력 교육과정 참가자를 모집한다.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5년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

기후/환경

+

10년간 한반도 서식 확인 생물 35% 증가…유입주의 생물은 15배 늘어

한반도에 서식하는 생물이 지난 10년간 35%, 습지보호지역에선 5배 가량 늘어났다.국립생물자원관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22일)을 하

"2030년 전세계 청소년 5억명 비만이나 과체중"...원인은?

2030년에 이르면 전세계 청소년 가운데 5억명이 비만이거나 과체중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 청소년 건강 및 복

임신중 대기오염 노출되면...자녀 천식 위험 증가

임신중에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태어나는 자녀가 천식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호주 시드니공대 라지아 카자리야 박사팀은 생쥐를 대

석탄 태워놓고 청정에너지?...수소입찰제도 '헌법소원' 청구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가 국민 환경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사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기후·환경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11시 헌법

"지구기온 1.5℃ 억제해도 해수면 상승 못막는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인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대비 1.5℃ 이내로 억제한다고 해도 해수면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새 정부에 바란다] "탄소배출권 거래가격 정상화 시급하다"

"정부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느슨하게 운영되는 배출권거래제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새 정부가 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