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이슈] 8살 하늘이의 안타까운 죽음...학교에선 무슨일이?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2 19:01:31
  • -
  • +
  • 인쇄
▲ 하늘이의 장례식장 (사진=연합뉴스)

활짝 웃으며 학교에 갔던 아이는 그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누구보다 믿었던 교사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던 것이다. 

지난 10일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1학년 하늘이의 죽음으로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아이의 몸 곳곳은 흉기에 찔리고 베인 상처가 가득했다. 가해자가 같은 학교의 교사였기에 사회적 충격이 더 컸다.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해야 할 학교가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살해현장이 됐기 때문이다.

하늘양의 부모는 아이의 주검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버지 김모(38)씨는 "맞벌이하는 우리가 힘들까봐 동생도 잘 돌보고, 혼자 씩씩하게 지내면서 오히려 우리를 응원해줬던 아이"라며 "그런 아이를 이렇게 보내야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이날 하늘이는 정규수업을 마치고 오후 1시쯤 학교 2층 돌봄교실로 갔다. 이곳에서 오후 4시40분까지 있다가 미술학원에 갈 작정이었다. 오후 4시30분 돌봄교사는 미술학원 차량의 운전기사 연락을 받고 하늘이를 교실에서 내보냈다. 그런데 10분 후 학원차 운전기사가 교사에게 "아이가 오지 않았다"고 연락했다. 이후 학교 교사들이 하늘이를 찾아봤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교사들은 오후 4시53분에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다. 하늘이 부모는 즉시 경찰에 신고한 뒤 학교로 달려갔다.

경찰이 위치추적을 한 결과 하늘이는 학교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과 교사, 경찰들은 학교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던 중 하늘이 할머니가 돌봄교실 옆에 있는 시청각실 창고에서 교사 명모(48)씨를 발견했다. 당시 명씨는 어두컴컴한 시청각실 창고에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는 하늘이의 가방과 물병 그리고 흥건한 핏자국이 보였다.

할머니는 시청각실 창고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를 봤냐?"고 묻자, 명씨는 "없어요. 나는 몰라요"라고 답했다. 피를 본 할머니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에 침착하게 뒤로 물러나 밖으로 나간 뒤 가족에게 하늘이를 찾았다고 연락했다. 할머니가 전화하는 사이 명씨는 시청각실 문을 잠궈버렸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하늘이가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때가 오후 5시50분이었다. 아이가 사라진지 1시간쯤 지난 뒤였다. 하늘이는 이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하늘이를 흉기로 살해한 후 자신의 목과 팔을 자해한 교사 명씨는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며 "맨 마지막에 나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말해 시청각실로 불러 살해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그렇게 하늘이는 희생양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크게 공분하는 이유는 미리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명씨는 2021년 3월에 현재 초등학교로 발령받았고, 지난해 12월 9일부터 우울증을 사유로 6개월 병가를 냈다가 21일만에 돌연 복직했다.

복직 이후에도 이상징후는 계속 발견됐다. 지난 5일에는 접속이 느리다며 교무실 컴퓨터를 파손했고, 6일에는 불 꺼진 교실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본 동료교사가 '무슨 일 있냐?'고 묻었다가 목이 졸리는 봉변을 당했다. 비정상적인 행동이 연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그저 교육청에 문의하는 정도였다.

뒤늦게 사실을 보고받은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은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 학교를 방문했지만 명씨를 자극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직접 대면조사를 하지 않은 채 '연가 등으로 명씨를 분리 조치할 것'을 권고하는데 그쳤다. 이에 학교는 일단 명씨 자리를 교감 옆으로 옮기고 수업에서 빼도록 조치했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학교측은 명씨를 예의주시하지 않았다. 사건 당일 명씨는 오후 12시50분쯤 학교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오후 1시50분쯤 학교로 돌아왔다. 이후 교장과 교감 등과 휴직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이 진행된 이후 명씨는 하늘이를 상대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이날 하늘이가 아닌 누구라도 명씨에게 희생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학교측 조치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고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늘이의 아버지는 "하늘이는 별이 되어서 뛰놀고 있겠지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자신이 없다"며 "하늘이 동생이 언니를 찾는 물음에 한참동안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에게 하늘이가 천국에서 뛰어놀 수 있게 10초만 기도해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울음을 삼켰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