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카이 대지진'의 전조?...공포 확산되는 일본
몇 일전 일본과 대만에서 규모 6.9에 달하는 강진이 발생한데 이어 23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도 규모 5.7와 5.4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 릴로안 지역에서 남동쪽으로 약 7㎞ 떨어진 곳에서 23일 오전 7시39분께(현지시간)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진원 깊이는 9㎞였다. 같은 날 오전 11시 41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잠보앙가델노르트주 시오콘 마을에서 북서쪽으로 9㎞ 떨어진 앞바다에서도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진원 깊이는 10㎞였다.
필리핀은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있어 지진과 화산활동이 빈번하다. 하지만 올들어 유독 '불의 고리' 지역에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일본 규슈 인근 해역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관측됐고, 16일(현지시간)에는 인도네시아 북동부 할마헤라섬에 있는 이부 화산이 분화했다. 또 21일 대만 남부 도시 타이난시에서도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했다.
게다가 일본은 지진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산이 분화하고 있다. 미타케산, 사쿠라지마, 미야케지마, 스와노세지마 등의 활화산에서 연이어 분연과 화산성 지진이 관측됐다. 21일 사쿠라지마의 폭발적 분화, 미타케산의 분연과 300회의 화산성 지진이 일어났다.
최근 일주일 사이 대만과 일본, 필리핀에서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지진과 화산이 폭발하고 있는 것은 필리핀해양판과 유라시아대륙판의 충돌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필리핀해양판과 유라시아대륙판 그리고 태평양판이 존재한다. 이 판들은 모두 '불의 고리'라고 부르는 환태평양 조산대를 이루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에 속하는 아무르판 위에 있어 지진이나 화상같은 재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판과 판 사이의 경계부근은 원래 지진과 화산 활동의 빈도가 잦다. 그래서 '불의 고리'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쉬지않고 지진과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최근에 이런 지각활동이 더 빈번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최근들어 잦아지고 있는 필리핀판과 유리사아판의 충돌에 의한 지진이 '난카이 대지진' 전조 증상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난카이 대지진이 300년 넘게 잠잠한 후지산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당국도 올 1월 1일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70~80%'에서 '80%'로 상향하고 후지산 화산폭발에도 대비하고 있다.
해발 3776m의 후지산은 지난 5600년간 약 180회 분화했다. 평균 30년에 한번꼴은 분화했지만 1707년 '호에이 대분화' 이후 지금까지 분화한 적이 없다. 후지이 도시쓰구 도쿄대 명예교수는 "과거 분화로부터 3세기가 지나면서 그만큼 마그마가 쌓여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언제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말그대로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화산은 일반적으로 분화를 통해 에너지를 밖으로 배출한다. 1707년 분화 당시 2조5000억엔(약 23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는데, 300년간 에너지를 축적해온 후지산이 지금 폭발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300년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후지산이 폭발하면 용암과 뜨거운 가스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화산재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 후지산이 1707년 호에이 대분화 수준으로 폭발하면 도쿄와 주변 지역에 도쿄돔 약 390개 분량인 4억9000㎥의 화산재가 쌓인다. 이는 야구장과 콘서트장 등으로 사용되는 도쿄돔은 부피가 약 124만㎥이고, 면적은 약 4만7000㎡이다.
화산재 때문에 도쿄 인구 1418만명을 포함해 최대 2670만명이 피난을 떠나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일본 수도권 인구의 약 60% 비중이다. 또 화산재로 모든 교통수단이 마비되면서 물자 수송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 때문에 약 2700만명이 생필품을 조달받지 못할 수 있고, 약 3600만명이 정전으로 어둠에서 살아야 할 수 있다.
후지산이 폭발하면 우리나라도 피해를 볼 수 있다. 해양과학 전문가인 김성용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화산재는 대부분 편서풍의 영향으로 동쪽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난류 현상으로 우리나라로 바람이 불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일본 화산 폭발 이후 화산재가 경상남도 합천 지역까지 날아온 경우도 있다. 화산재는 물에 젖으면 전기가 통하는 성질이 생겨 누전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화산폭발지수를 0~8까지 보는데, 8정도 수준의 슈퍼화산 폭발이 일어난다면 일본 열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기후에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며 "과거 7정도 화산 폭발이 일어났을 때 화산재가 햇빛을 막아 기온이 떨어지는 등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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