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세계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엑손모빌을 상대로 '그린워싱'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재활용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허상을 날조했다는 이유다.
캘리포니아주는 엑손모빌이 지난 반세기동안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대중들에게 홍보했지만 실제로 미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비중은 5~6%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의 주정부가 석유 대기업을 상대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하는 이유는 엑손모빌이 한마디로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롭 본타는 소장을 통해 "엑손모빌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의 건강과 지구를 대가로 거짓말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1970년대부터 엑손모빌 경영진들은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같은 거짓말을 계속 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엑손모빌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미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5~6%에 불과하다. 올 2월 미국 비영리단체 '기후무결성센터'가 발간한 '플라스틱 재활용의 사기' 보고서에 따르면 엑손모빌 측은 생산된 플라스틱을 별도분류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해왔지만 2021년 미국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5~6%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수천종에 이르는 다양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동일 재질끼리 분류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동일 재질끼리 분류하더라도 다른 화학 첨가제나 착색제가 포함돼 있으면 재활용이 어려워진다. 엑손모빌은 이같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플라스틱을 재활용 가능한 원료로 속여왔다는 게 기후무결성센터의 주장이다.
본타 법무장관은 엑손모빌의 '고급 재활용 프로그램'을 두고 '홍보용 스턴트'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공되는 플라스틱 대부분은 연료로 활용되고, 신제품에는 재활용 물질이 거의 없는데도 프리미엄을 붙여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엑손모빌 측은 "캘리포니아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재활용 제도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무능을 남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사는 6000만파운드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료로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오는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협상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불거져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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