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바이두 이어 네이버까지 진출 선언
단순 채팅의 수준을 넘어서 이슈를 분석까지 해내는 생성 인공지능(AI) '챗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도 3일 올 상반기중으로 새로운 '서치GPT'를 선보이겠다고 밝히면서 챗GPT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GPT 열풍은 지난해 11월 30일 미국 AI개발업체 '오픈AI'가 만든 AI 챗봇 애플리케이션인 '챗GPT'이 출시되면서부터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출시한지 두달만에 월간 활성이용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이용자 1억명을 돌파하는데 9개월 걸린 숏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기록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오픈AI는 월정액 20달러(약 2만4400원)의 유료서비스 '챗GPT 플러스'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챗GPT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잡담 수준의 단순한 대화를 넘어서 사람같은 지적 수준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각종 자료를 제시하고,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과 예측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준이 웬만한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어서 더욱 흥미를 끌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이용자가 2021년에 입력데이터가 멈춰있는 챗GPT에게 2022년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물었다. 이용자가 챗GPT에게 '러-우 전쟁이 길어지면, 세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라고 질문하자, 챗GPT는 "경제적으로 에너지·금융·제조업·농업 등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어떤 나라가 타격이 클까?'라고 질문하자 "특히 일본, 한국, 유럽 등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국가가 타격이 클 것이고, 홍콩, 이란, 싱가포르 등은 식량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고 한다. 한 IT개발자는 챗GPT에게 단순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코드를 요청하자 수십초만에 코드를 생성해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 검색까지 확장?···구글·바이두·네이버도 진출
말그대로 챗GPT는 이용자들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선보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구글과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AI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구글은 챗GPT보다 뛰어난 AI 챗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에 따르면 구글은 이미 보유중인 언어 프로그램 '람다'(LaMDA)를 활용해 AI 챗봇 '어프렌티스 바드'(Apprentice Bard)를 테스트중이다.
람다는 언어 이해와 언어 생성능력이 결합된 생성 AI로 1370억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 30억개의 문서, 11억개의 대화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만 놓고보면 구글의 AI 챗봇은 챗GPT와 큰 차별점이 없으며 오히려 파라미터 수에서는 챗GPT가 앞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글의 독보적인 '검색엔진'에 주목했다.
오픈AI의 챗GPT는 먼저 입력된 데이터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기능이 없어 정보의 정확성과 시의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구글의 AI 챗봇이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개발사인 바이두도 오는 3월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하고 주요 검색서비스에 통합할 계획이라 밝혔다.
국내 기업들도 챗GPT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2022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생성AI와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응하겠다"며 올해 상반기 '서치GPT'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는 한국어 고품질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생성 AI의 단점으로 꼽히는 신뢰성과 최신성 부족, 영어 기반 모델을 번역하면서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챗GPT로 판결문·논문까지···작용 우려
구글 등 굴지의 IT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챗GPT 서비스에 뛰어들 준비를 하자, 챗GPT에 대한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답변의 질도 높아서 이를 남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한 판사는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챗GPT를 활용했다. 그는 "원래 비서가 하던 역할을 챗GPT가 대신 하고 있다"면서 "구조적인 방식으로 잘 정리해줘서 사법부의 대응시간을 개선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아마 동료 상당수가 같은 방식으로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I규제·관리 전문가인 후안 다비드 구티에레스 콜롬비아 로사리오대학 교수는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며 "챗GPT의 답변이 항상 정확하고 일률적인 것은 아니므로 판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챗GPT에 문의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윤리적이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앞서 챗GPT는 미국 로스쿨 졸업시험에서도 평균 C+ 이상의 학점으로 합격하고 명문 경영대학원인 펜실베이니아대 훠턴스쿨에서도 경영학 석사(MBA) 기말시험에서 B 또는 B-를 받았다. 이렇게 되자, 챗GPT가 논문·과제 대리 작성과 같은 부정행위에 악용될 가능성 등에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뉴욕시 일부 공립 중고등학교들은 학생들이 챗GPT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접속을 막았고, 조지워싱턴대 등 워싱턴DC에 있는 대학들도 과제 숙제를 폐지하거나 챗GPT가 답하기 쉬운 과제를 점차 없애고 있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는 '대리 작성'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31일 AI가 작성한 글을 탐지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록 자체 평가결과 적발 성공률이 26% 수준에 그쳐 보완이 필요하지만 AI 기술력에 맞춘 대책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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