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은 제2의 형제복지원사건"…40년만에 첫 인정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0 15:55:13
  • -
  • +
  • 인쇄
진실화해위 "아동 인권유린…공식사과 필요"
800명 이상 섬에서 탈출 시도…상당수 익사
▲1970년 부랑아 교화를 명분으로 강제 입소된 선감학원 아동들(사진=연합뉴스)

아동·청소년 인권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이 폐원된지 40년 만에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 내려졌다. 

2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아동·청소년 인권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에 대해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라며 "진실규명 신청인 중 김영배 외 166명은 선감학원 피수용 아동이었음이 확인돼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1945년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운영됐다. '부랑아 교화'를 명분으로 8∼18세 아동·청소년을 강제 입소시키고 노역·폭행·학대·고문 등으로 1982년 폐쇄될 때까지 40년동안 인권을 유린한 수용소다. 

2020년 12월 선감학원 피해자 190명은 국가 차원의 사과와 피해회복 대책 마련, 사망자 추모시설 건립 등을 요구하며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27일 조사를 개시한 뒤 1년 5개월간 관계부처 기록 검토와 진술조사·현장조사 등을 했다.

그 결과 지난달 26일부터 5일 동안 선감도에 있는 매장지에서 선감학원 수용자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 68개와 단추 6개를 발견했다. 진실규명을 신청한 생존 피해자 중 다수가 이곳을 암매장지로 지목한 바 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존 선감학원 원아대장에는 사망자가 총 24명으로 기록돼 있었는데 진실화해위는 선감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확보해 아동 피해 사망자 5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원아대장에 기재된 4689명 중 17.8%인 824명은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확인된 암매장 유해와 800명 넘는 탈출아동 수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희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아동들이 섬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선감도 주변 물살이 세고 수심이 깊어 상당수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유골 부식이 진행 중이고 원아대장의 사망자 수에 비해 봉분이 훨씬 많아 신속한 유해발굴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존한 피해자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신청인 중 9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1%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면증(35%), 악몽(30%), 신체적 통증(21%)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강제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신체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이라며 "1961년 제정돼 단속 근거가 된 '아동복리법' 제3조의 '부랑아'는 그 법률적 정의가 정확하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을 주도한 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단속주체였던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 등에 인권유린의 총체적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해회복을 위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감학원 관련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관계자들이 개토제를 마친 후 시굴 조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진실화해위는 유해발굴을 추가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진실규명의 맥락에서 유해를 발굴하게 돼 있고 (그 외 유해발굴은)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법리적 근거를 가지고 지속적·체계적으로 발굴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해방 이후 부랑아 정책 일환으로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인권침해사건"이라며 "집단수용시설인 삼청교육대, 형제복지원 사건 등과 같은 맥락에서 국가의 책임 있는 사과와 피해복구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배 선감학원 피해자 대표는 "피해자들 나이가 많아 해마다 몇 분씩 돌아가신다. 이에 대해 (빠른 조치를) 부탁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