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자원순환 발맞춰 새 청사진 마련"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하고, 기증받은 물건을 팔아서 남은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지원하는 것을 모토로 설립된 '아름다운가게'.
2002년 설립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와 '자원순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기에 아름다운가게의 설립취지도 낯설게 다가왔다. 그냥 '중고물품을 파는 가게' 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 20년동안 한결같이 '나눔·순환'을 핵심가치로 여기며 활동한 덕분이다. 이제 아름다운가게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비영리 사회적기업으로 우뚝 자리했다.
올해로 딱 스무살이 되는 '아름다운가게'는 다음 20년을 향해 뛰기 위해 다시한번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NGO 출신이 아닌 기업 출신 CEO를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 8월 1일자로 공식 취임한 장윤경 상임이사·CE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대모비스 홍보실장과 GIT 대표이사를 역임한 장윤경 상임이사는 장애인 직업 재활훈련을 돕는 사단법인 함께쓰는 우산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20주년을 맞는 아름다운가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8일 오후 4시 개최되는 '아름다운가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앞서, 장윤경 CEO를 직접 만나 앞으로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성년이 된 아름다운가게···20년을 평가한다면?
아름다운가게는 결코 혼자 만들어낸 역사가 아니다. 지난 20년을 시민들과 함께 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국 109개 아름다운가게 매장 이용자는 연평균 250만명에 달한다. 아름다운가게의 핵심은 나눔과 순환으로, 이 분들이 구매를 통해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오늘날 아름다운가게는 자원순환과 수익나눔을 꾸준히 실현할 수 있었던 거다.
대부분의 수익은 재사용물품 기부와 판매를 통해 만들어진다. 지난 20년간 물품기부량은 2억5668만3859점이다. 누적 나눔금액은 617억9857만5133원에 달했다. 재사용 나눔가게를 통해 판매된 재사용물품 순환으로 1462만1911kg의 탄소를 저감했다. 이는 170만222그루의 30살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무엇보다 아름다운가게는 매년 1만8000여명의 자원활동가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데, 이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한 사업들이 많다. 그만큼 앞서갔다. 대표적으로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대안무역'을 시도했다. 이는 공정무역이 안착될 수 있도록 도왔다. 업사이클링 문화도 이끌었다고 자부한다. 2007년 업사이클링 사업으로 '에코파티메아리'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당시 뉴욕 MoMA에 진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나눔장터도 아름다운가게의 자랑이다. 지상최대의 벼룩시장을 시작으로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떼 쫑쫑쫑' '위아자 나눔장터' 등이 대표적이다.
제2, 제3의 아름다운가게를 육성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센터를 2010년 만들어 '뷰티풀펠로우'라고 불리는 사회혁신가들을 지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익상품 사업도 매우 의미가 있다. 공익상품은 사회적기업, 공정무역, 자활단체, 친환경 단체의 상품 등 시민들이 이를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전체에 이익이 되는 상품을 말한다. 생산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운영을 돕기 위해 아름다운가게에서 검증된 공익상품을 매입한 후 홍보와 판매, 배송까지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과 환경을 위한 나눔액도 연간 45억~50억원 규모다.
아름다운가게는 올해도 여전히 나눔사업과 자원재순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나눔사업으로 '보호종료청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을 떠나야 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최대 300만원의 비전지원금, 월 3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해 자립을 돕고 있다.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자체 인터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사회연대은행과 손잡고 청년 스스로 비전을 수립하고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는 창립 20주년인 해다. 그래서 아름다운가게가 지향하는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다양한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2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20년간의 역사를 담은 기념백서, 그동안의 성과와 효과를 분석한 임팩트 리포트 등을 선보인다. 20주년 행사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은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숲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 지역사랑방 넘어 '그린커뮤니티' 거점으로 확장
사실 아름다운가게는 사업초기 매우 유연하고 확장성이 컸다. 재사용품 나눔가게, 대안무역, 업사이클링, 공익상품 등 그 당시로는 생소하게 느꼈을 사람이 많다. 요즘 시작했더라면 오히려 주목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앞서갔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름다운가게 규모는 훨씬 커졌는데 조직의 유연성은 조금 떨어진 느낌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직을 재구성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다.
지난 20년 아름다운가게는 지역의 작은 사랑방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 시민들이 더 찾고 싶은 아름다운가게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본질에는 충실하되, 방법과 도구를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홍보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가만히 앉아서 찾아주길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치를 높이고 이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시민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자원순환을 통한 참여와 나눔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물품기부하면 떠오르는 강점은 살리고 모바일 접근성 등의 약점은 보완해 시민들과의 접점을 다시 찾을 생각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그린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화할 예정이다. 플로깅 같은 환경캠페인을 비롯해 교육, 업사이클링 클래스 등 다채로운 환경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도록 하겠다. 기업들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들에게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지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다.
기후위기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은 피해를 당한다. 그래서 기후위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내서 나눔을 실천할 예정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자원순환 1세대로 문화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환경과 나눔에 한 목소리를 내는 기업과 기관들과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자원순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름다운가게가 처음 꿈꿨던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 NGO로서 역할과 위상도 강화할 계획이다. 2010년부터 진행해온 사회적혁신가 지원사업을 최근 해외까지 확대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약 10년동안 '뷰티풀펠로우' 사업을 통해 국내 사회혁신리더를 지원하며,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사회문제 해결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해왔다.
올해부터는 사회혁신리더 선발 및 지원 범위를 아시아 지역까지 넓히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아시아 사회혁신리더들을 선발했다. 지리적 특성과 사회, 제도 장치의 부족으로 선진국에 비해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혁신리더들을 지원함으로써 아름다운가게의 나눔과 순환 그리고 친환경적 가치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 "정치이미지 타파가 관건···시민과 함께하는 조직 만들터"
취임한지 두 달이 되었는데 실제로 와서보니 전혀 정치적이지 않는데도 그 이미지가 무척 강하여 사업진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정치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느끼고 있다. 정치적인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가게가 가지고있는 본연의 자원순환과 나눔의 활동에 충실한 것이 제일 중요하겠고 시민들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단법인이 가지고 있는 투명성은 이미 전문 인증기관을 통해 검증됐다. 이러한 부분을 더욱 알릴 필요가 있다.
홍보 출신이다 보니 아름다운가게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라는 특명이 아닐까 싶다. 홍보, 인사, 총무 등의 분야를 두루 경험해 전문역량을 가지고 있기에 제가 가지고 있는 대내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 재단법인을 다시한번 리브랜딩해서 홍보하는 것과 아울러, 살림살이를 잘 살펴보고 효과적인 운영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자 역할이다. 이사회에서나 아름다운가게 활동가들을 두루 만나면서 제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제가 있는 동안에 저를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저에게도 아름다운가게에도 서로가 윈윈할 수 있으면 더 바랄게 없다.
이런 운동은 아름다운가게나 어느 한 NGO단체만의 힘으로만 이뤄질 수 없다고 본다. 모든 시민들이 기후환경변화에 관심을 갖고 나눔과 순환이라는 대명제를 함께 실천해 나갈수 있기를 바란다. 활동천사, 기부천사, 구매천사들이 일구는 꾸준한 땀방울과 몸짓이 나비효과처럼 세상에 아름다운 물결로 번져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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