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숨만 쉬어요"...MICE 시장 코로나 피해액 2.4조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5 08:00:04
  • -
  • +
  • 인쇄
[위기에 처한 MICE 산업, 해법은?] (상)
행사 90% 취소되면서 관련업계 '초토화'
8년간 마이스업계에 종사하다 2019년 창업한 A씨는 지난해 8월 폐업을 고민했다. 주요 사업이 행사장에 무대장비와 동시통역 장비 등을 임대하는 것인데, 코로나로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다보니 수입이 전무했다. 다행히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조금씩 일거리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코로나가 심했을 땐 정말 매출이 0원이었다"며 "차에 장비를 싣고 행사장에 가는 길에 취소가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받아 회사는 유지했던 A씨는 더이상 대출받을 곳도 없었다. A씨는 "여기저기 돈을 많이 빌렸다"면서 "더이상 대출받을 수도 없어서 당시는 정말 너무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국내 대표 MICE 복합단지 '코엑스'

B씨는 지난해 2월 한 마이스업체에 취직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간신히 통과했지만 B씨는 출근한지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B씨는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택근무를 하려니 동료들에게 질문하기도 힘들고,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B씨는 휴직을 해야 했다. 휴직 6개월은 월급의 70%를 받았지만 이후부터는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해 9월 직장을 퇴사했다. B씨는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급휴직으로 마냥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면서 "결혼도 연기되고 너무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 행사 90% 취소 "진짜 숨만 쉬어요"

마이스(MICE) 산업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s), 전시(Exhibitions)를 유치하거나 개최하는데 필요한 서비스 산업을 총칭한다. MICE 산업은 행사 참가자들이 행사지 숙박과 쇼핑 그리고 주변지역 관광, 문화 등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전후방 산업효과가 크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MICE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MICE 시장은 4조원 규모다. 관련기업은 2700여개에 이르고, 종사자들도 2만1000여명에 달한다. 이같은 이유로 정부는 마이스 산업을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해 2009년 17대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마이스(MICE) 업계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심해지던 지난해 2월~5월까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 거의 모든 전시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는 "코로나로 인한 2020년 전시 산업의 피해액은 최대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코로나19의 관광산업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도 마이스업계의 피해규모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국제회의업체 모두가 2019년보다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 감소율도 평균 84%에 달했다.



◇ 대출받아 회사 연명···무급 견디다 퇴사

서울의 경우 2020년 상반기 개최 예정이었던 마이스 행사가 90%나 취소됐다. 부산의 경우도 예년보다 매출이 80% 이상 감소했다.

마이스업계 한 관계자는 "메르스(MERS)와 사스(SARS)도 힘들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지금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겨우겨우 숨만 쉬면서 버티거나, 버티다가 지쳐서 문을 닫은 곳도 많다"며 심각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의 근무환경도 불안정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회의업 종사자들 대부분이 코로나 이후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 무급휴직 8%, 유급휴직 24%, 임금삭감 8%, 교대·단축근무 10% 그리고 퇴사자도 16%나 됐다. 10명 중 3명만 정상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업체 대표들은 대출을 받아 월급을 주며 버티고 있지만 그마저도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출이 80% 이상 줄었는데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부산관광공사는 "국제회의 개최 가능시기는 2023년 5월로 예측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전처럼 활발히 국제회의가 개최되려면 앞으로 2년 이상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측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령 어려진 열대우림...탄소저장공간 1억4000만톤 사라져

열대지역 나무들의 수령이 어려지면서, 숲에 저장돼있다 방출된 탄소가 1억4000만톤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독일 GFZ헬름홀츠 지구과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