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넷제로 전환 성공하려면?..."고로 지원비부터 끊어라"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26 09: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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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이 제시한 K-스틸법 시행령 키포인트 (출처=기후솔루션)

국내 철강업계의 저탄소 전환을 이루려면 예산의 재설계, 녹색철강 기준의 명확화, 수소 인프라 구축, 공공조달 중심의 수요창출 방안이 K-스틸법(철강산업 저탄소 전환 촉진법) 시행령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25일 오후 미디어브리핑에서 "시행령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철강산업 넷제로 전환의 성패가 갈린다"며 4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기후솔루션은 "그린스틸 전환은 생존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된 가운데, 2028년부터는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까지 탄소세 적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 수출 산업의 기반인 철강이 저탄소 체제로 전환되지 못할 경우 한국 수출 경쟁력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그동안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을 잠식해온 중국 역시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기술·정책 대응이 늦을 경우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철강산업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7%, 제조업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특히 국내 철강 공정의 72%를 차지하는 고로(용광로) 방식은 쇳물 1톤 생산시 2~2.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는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며 부산물로 물(H₂O)을 배출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8년 상용화가 목표다.

기후솔루션은 우선 예산의 배분이 고로 연명이 아닌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로 내 함수소가스 취입이나 철스크랩 투입 기술처럼 기존 고로 체제를 연장하는 사업은 예산을 축소하고, 고로 폐쇄와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 이미 고로 1기 이상 폐쇄를 전제로 수소환원제철 전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녹색철강의 기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녹색철강에 대한 공식 정의와 기준이 없다. 기준의 모호함은 기업의 그린워싱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게 기후솔루션의 판단이다.

이에 철스크랩 비율에 따라 탄소 집약도를 산정하는 '슬라이딩 스케일' 방식 도입과 함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 집약도 0.4 미만인 철강을 녹색철강으로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공신력 있는 인증체계를 마련해 투자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산업용 수소 인프라 구축도 필수다. 추산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설비 1기당 연간 약 22만5000톤의 수소가 필요한데 문제는 공급 기반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수소는 발전·수송용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규모 산업 수요를 감당할 전용 인프라는 부족하다.

기후솔루션은 산업용 대규모 수요를 전제로 한 전용 수소 인프라 구축과 가격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수소이행기본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철강위원회 심의결과가 계획에 반영되는 체계나 주기적 재검토 규정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끝으로 기후솔루션은 실증-인증-조달로 이어지는 단계적 연계 구조를 마련해 저탄소 제품 중심의 우선구매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조달은 초기 시장 형성과 기술 투자 촉진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자동차·가전 등 민간 산업까지 견인할 탄소 배출 기준을 정립해, CBAM 적용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또 정부는 세제·금융 지원과 실증 기회 제공을 통해 초기 투자 리스크를 완화하는 '시장 조성자'로 역할해야 한다고 기후솔루션은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은 "대한민국은 세계적 철강 생산국이지만, 동시에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 산업을 안고 있다"며 "K-스틸법은 단순한 지원법이 아니라, 수소환원제철이라는 근본적 전환을 이끄는 강력한 엔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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