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해 만든 알코올 100% 사용해
구찌가 세계 최초로 탄소포집을 통해 만든 알코올을 100% 사용한 향수를 내놨다.
2일(현지시간) 패션전문매체 보그비즈니스(Vogue Business)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탄소포집기술로 만든 친환경 향수 '웨어 마이 하트 비츠'(Where My Heart Beats)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향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만든 알코올로 만들었다.
알코올은 향수의 기본 원료다. 향수의 향을 피부 속으로 단숨에 스며들도록 하려면 향수가 잘 증발하고 퍼져나가는 성질을 갖춰야 하는데 알코올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향수용 알코올은 사탕수수 공장의 에타놀 제조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사탕수수 재배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열대산림에서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고 있어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를 두고 전세계 생태계에 대한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이에 구찌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글로벌 뷰티기업 코티는 지난 2021년 3월 탄소포집기술을 보유한 미국 생명공학기업 란자테크(LanzaTech)와 손잡고 탄소포집을 통한 알코올 생산에 들어갔다. 란자테크는 제철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코티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향수 제조시 천연발효공정에 투입한다.
코티는 2022년 1월부터 탄소포집으로 생산된 알코올로 향수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탄소포집 알코올 생산비중을 점차 늘리던 코티는 구찌에 100% 탄소포집 알코올로 만든 향수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구찌는 이 향수제품을 '웨어 마이 하트 비츠'로 이날 출시했다.
이처럼 환경단체의 압박과 각종 글로벌 탄소규제가 조여오면서 패션 및 뷰티업계도 공급망 관리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0월에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미국 란자테크와 함께 탄소포집을 통해 만든 에탄올로 탈수공정을 거쳐 에틸렌으로 전환하고, 이것으로 만든 화장품용기를 선보인 바 있다.
다만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은 공급망을 저탄소로 전환하는 데 있어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향수는 결국 대기중으로 날아가버리게 돼 있고, 결국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가져다 쓰는 것이기 때문에 잠시 탄소배출을 늦출 수는 있어도 궁극적인 탄소중립에는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견에 대응하기 위해 코티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인수된 지속가능성 전문컨설팅 기업 '퀀티스'(Quantis)에 검증을 의뢰했다. 퀀티스가 란자테크의 기술을 활용해 만든 에탄올 생애주기에 따른 탄소발자국을 검증한 결과, 기존 농산물원료 유래 에탄올과 비교했을 때 물 사용량이 적고, 큰 경작지를 필요로 하지 않아 생물다양성 보존 차원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의견을 받아냈다.
한편 구찌는 2018년부터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구찌 이퀼리브리엄'(Gucci Equilibrium)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2021년 6월 구찌는 '구찌 이퀼리브리엄 영향 보고서'를 발간해 2015년 대비 환경발자국을 44% 줄여 기존에 설정해 둔 2025년 목표치를 4년 앞당겼다고 밝힌 바 있다.
화학제품의 유해성을 저감하는 기술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사 세이퍼메이드(Safer Made)의 공동창업자 마틴 멀비힐은 "탄소를 포집해 분해한 뒤 알코올로 재조합하는 과정은 에너지와 자원을 상당량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같은 협업을 통해 버려지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탄소 관련 과제를 대처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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