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은 소각시 화학물질 방출돼 사실상 사용금지
풀무원이 친환경·저탄소 상품을 '올가'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심각한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비닐과 랩 등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백화점의 올가홀푸드 코너. 이곳에서는 사과, 참외, 상추 등의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친환경 휴지, 에코랩 등의 생활용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환경 브랜드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품들의 포장재는 온통 플라스틱 투성이였다. 일반 코너에서 판매하는 상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부 친환경 상품은 비닐과 랩으로 이중포장돼 있는 등 일반 상품보다 포장재 사용이 더 과도해 보였다.
과일 코너에 진열돼 있는 '저탄소 농산물' 앞에는 생산과정부터 에너지와 농자재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환경을 지킨 농산물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있었다. '100% 당도선별 성주 꿀 참외' 제품들은 저탄소 인증마크도 붙어있었다. 지구환경까지 생각했다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지구환경을 지킨다'는 이런 설명이 무색할만큼 참외 포장재는 모두 비닐이었다. 심지어 비닐 포장에 나일론 끈까지 달려있었다.
채소 코너는 더 심했다. 무와 버섯, 양상추, 양배추 등 비닐로 싸여있지 않은 채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와 단호박은 낱개로 랩을 칭칭 감아놨다. 시중 마트에서는 껍질을 벗겨 조리하는 무나 단호박을 랩으로 싸서 판매하지 않은 것과 대조를 보였다.
랩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보이는 생활용품 코너에서도 랩은 포장재로 사용됐다. 올가의 '휴대용 티슈 50매' 제품은 우유팩 생산 후 남은 자투리 펄프를 재활용해 만든 재생휴지로, 벌목을 최소화하고 숲을 지키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그런데 티슈의 포장재는 '비닐'이다. 그것도 8개 묶음제품을 비닐에 담아 팔고 있었다.
친환경 랩인 '슈가랩'을 판매하면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랩으로 칭칭 포장해 판매하고 있었다. 천연 사탕수수로부터 만든 친환경 랩이라는 설명이 무색해 보였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유기농 씨앗발효 샴푸'도 마찬가지였다.
'올가'는 '나와 지구를 위한 ORGA 장보기'라는 슬로건을 홈페이지에 버젓이 내걸고 있다. 또 올가 제품은 모두 지구를 지키는 유기농, 저탄소, 무항생제, MSC, ASC 인증을 받았으므로 많이 먹어도 지구에게 미안하지 않은 먹거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올가의 유기농, 저탄소 제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그만큼 많이 배출하게 되는 꼴이니 소비자 입장에선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풀무원은 ESG 경영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 CEO는 "풀무원의 경영철학 중 하나는 나와 지구의 건강을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가에서 판매하는 친환경 제품의 포장재 상태를 봤을 때 풀무원이 과연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일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올가에서 사용된 포장재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포장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의 랩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공인한 '최악의 플라스틱'이다. 이 재질은 재활용도 안될 뿐만 아니라 불에 탈 때 염화수소가스라는 화학물질이 발생한다. 염화수소가스는 인체에 장기간 노출되면 실명하거나 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각할 때도 특수공정을 거쳐야 한다.
PVC의 유해성이 드러나면서 환경부는 2019년부터 PVC 재질의 랩 사용을 금지시켰다. 다만 의약품과 햄·소시지류, 농·축산물을 판매할 때는 예외로 했다. 또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매장은 제한없이 랩을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다보니 '사용금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랩'은 지금도 마트의 식품포장용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올가'에서도 예외가 아닌 모습이다.
과도한 비닐 포장 사용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아직 포장재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기존 포장재를 우선 사용하고 단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며 당장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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