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없이 즐기는 육류요리 '배양육'....식탁 앞으로 '성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0-12-29 17:56:22
  • -
  • +
  • 인쇄
줄기세포 배양해 만드는 살코기 '배양육' 선택 아닌 필수
싱가포르 '1880' 레스토랑, 세계 최초로 배양육 요리판매
(이미지 출처=메르크그룹)


축산업에서 비롯한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그리고 동물윤리 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배양육. 배양육은 가축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살코기다. 그간 맛과 가격 문제로 상용화가 불가능했지만, 최근 레스토랑에서 배양육 요리를 선보이면서 배양육 연구가 결실을 보고 있다.

이스라엘 배양육 연구업체 '슈퍼미트'(SuperMeat)는 지난 10월 30일 텔 아비브에 '더 치킨'(The Chicken) 레스토랑을 열었다. 메뉴판에는 2개의 배양 닭고기 버거와 5가지 사이드 메뉴가 올랐다. 다만 배양육은 아직 이스라엘 식약처가 정식식품으로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판매할 수 없다. 대신 손님들에게 배양육 제조과정을 공개하고, 시식을 통해 배양육을 맛보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손님들의 품평을 모으고 있다.

슈퍼미트의 실험적인 시도에는 종교적인 논쟁이 따랐다. 이스라엘은 인구의 약 74%가 유대교다. 유대교는 음식이 '코셔'(Kosher)에 부합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코셔'는 유대인들의 종교적 음식 분류를 말한다. 유대인들은 정통 유대교 의식에 따라 도살된 '코셔 인증'을 받은 육류만을 섭취할 수 있다.

슈퍼미트는 이스라엘 정통파 랍비 도브 리오르(Dov Lior)를 포함해 몇몇 랍비들을 꾸준히 설득했다. 그 결과 랍비들은 유대교에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라는 규율이 있고, 배양육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놓고 봤을 때 일반 육류 생산공정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코셔에 부합한다고 결론지었다. 비슷한 이유로 젤라틴도 코셔 인증을 받은 선례가 있다.


▲슈퍼미트의 '더 치킨' 레스토랑

12월초 미국 푸드테크기업 '잇 저스트(Eat Just)'가 싱가포르식품청(Singapore Food Agency, SFA)으로부터 배양 닭고기 생산 및 판매 승인을 얻어냈다. 잇 저스트는 지난 19일 싱가포르의 레스토랑 '1880'에 닭고기 배양육을 공급했다. 1880은 레스토랑에서 배양육을 판매한 최초의 식당이 됐다. 

저녁 코스요리로 나가는 배양 닭고기 요리는 호기심 때문인지 입소문 때문인지 벌써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잇 저스트는 조만간 현지 제조업체와 협력해 '굿 미트'(Good Meat)라는 브랜드로 더 많은 레스토랑에 닭고기 배양육을 공급하는 한편 소매점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식량자급률이 10%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신식품(novel foods) 유치에 적극적이다. 특히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에서 배양육은 기존 축산업에 비해 토지사용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019년 싱가포르식품청은 2030년까지 식량자급률을 30%로 끌어올리는 '30 by 30' 전략의 일환으로 체계적인 신식품 안정성 평가지침을 마련했다.

▲싱가포르 1880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잇 저스트의 배양 닭고기 요리


우리나라도 배양육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해마다 4%씩 증가하는 국내 육류 소비량. 노르웨이 EAT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모든 인구가 한국인과 같은 음식 소비를 했을 때 2050년에는 그만큼의 음식량을 충당하기 위해 지구가 1.3개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3위 수출대상 EU가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배양육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하반기까지 '배양육에 대한 안정성 평가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미국 식품기업 블루날루(BlueNalu)와 협업해 2021년 만새기, 빨간 퉁돔, 참치, 부시리 등의 해산물 배양육을 판매할 예정이다.

블루날루는 '세포 배양 생선살 제조' 기술을 활용한다. 이 기술은 기절한 물고기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한다. 이후 3차원(3D) 프린팅을 거쳐 생선살을 인쇄하기 때문에 다양한 식재료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유전자변형, 미세플라스틱, 독성물질, 수은 및 기타 오염물질이 없는 친환경 식품이다.

▲배양육으로 만든 방어 튀김(왼쪽)과 방어를 곁들인 김치(오른쪽). 출처=블루날루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ESG공시 로드맵, 정책 일관성 흔들려...전면 재검토해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놓고 국회와 기후·ESG 싱크탱크가 "글로벌 기준에 뒤처질 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도 충돌한다"며 전면

[ESG;스코어] 롯데칠성·CJ제일제당 '재생용기' 적용 1·2위...꼴찌는?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생 플라스틱 전환율이 기업의 원가구조를 좌우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ESG 대응차원에서 시작됐던

서울시, 1000명 넘는 행사 '폐기물 감량계획' 의무화 추진

서울시가 하루 1000명 이상 참여하는 행사에 대해 폐기물 감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대규모 행사

'생산적 금융' 물꼬 틔우는 시중은행들…투자전략은 '각양각색'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카카오 AI 돛' 출범…"2030년까지 100개 AI 혁신기업 육성"

카카오그룹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지역 인공지능(AI) 인재와 혁신기업 육성 추진기구인 '카카오 AI 돛'을 설립한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5년간 500억

포스코 '사고다발 기업' 오명 벗나...올들어 중대재해 'O건'

지난해 6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포스코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산업재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포스코는 올

기후/환경

+

폭염과 폭우·가뭄이 '동시에'...2025년 한반도 이상기후 더 심해져

2025년은 산업화 이전대비 기온이 1.44℃ 상승한 역대 가장 더웠던 해 3위를 기록한만큼 우리나라도 6월부터 시작된 폭염이 10월까지 이어지는 등 역대급

'빌 게이츠·제프 베이조스' 전용기 기후피해 유발 1·2위...일론 머스크는?

전용기 이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피해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인 것으로 드러났다.미국 스탠포

美 36년간 내뿜은 온실가스 1경5000조 피해유발...한국 기후손실액은?

1990년 이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전세계가 약 10조달러(약 1경5000조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피해는 미국뿐 아니라

서부는 41℃ 폭염, 동부는 눈폭풍…美대륙 '극과 극' 이상기후

미국 서부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데 동부는 폭우·폭설·한파가 동시에 나타나는 '극과극'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다. 서부의 이상고온

바닥 드러나는 댐과 하천들...평년 밑도는 강수에 봄 가뭄 '비상'

예년보다 비가 턱없이 적게 내리면서 봄철 가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과 서해안, 경남 등 지리적 특성상 외부 수자원 의존도가 높은

"EU, 탄소중립 목표 완화해야"...합의해놓고 뒷말하는 獨 장관

지난해 온실가스를 겨우 0.1% 감축한 독일이 유럽연합(EU)을 향해 탄소중립 목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연방경제에너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